북한 골프장이야기

by Raymond posted Jun 16,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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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에서

제일 처음 건설된 골프장은 평양 태성골프장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태성골프장은 평양골프장으로도
알려져 있습니다.

 

  img1.gif

 태성골프장.

 

  1987년
4월에 김일성의 75회 생일을 기념해 일본 조총련 상공인들이 돈을 모금해 건설했다고
합니다.

 

  img2.gif

  

  그래서
그런지 내부 시설이 김정일 초대소에 못지 않게 훌륭합니다. 일제 장비와 자재로
건설됐으니 당연히 좋겠죠.

 

  평양에서
100리가 조금 안되는 남포시 용강군 태성호 주변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36만여
평 18홀 규격으로 전장은 6200m라고 합니다. 이중 8개 홀이 태성호와 인접하고 있다고
합니다. 100여명이 한꺼번에 칠 수 있다고 합니다.

 

img3.gif 태성태성
골프장에서 골프를 치는 모습.

 

  이곳에
근무하는 직원 수는 120명 정도인데 캐디는 한 30명 쯤 된다고 합니다. 이곳에서
캐디로 일하자면 학력이 보통 정도는 아니어야 합니다. 평양 소재 중앙급 대학 졸업에
외국어도 잘해야 하구요. 큰 대회가 열리면 김일성대나 외국어대에서 여학생들을
데려와 임시 캐디로 쓴다고 하네요.

 

img4.gif

태성
골프장의 여성 캐디들. 북한에선 아주 선망받는 직업입니다.

 

  1990년대
초반에 북한에서 ‘민족과 운명’이라는 대규모 시리즈물 영화가 나왔는데 이때 태성
골프장이 처음으로 일반에 공개됐습니다. 영화 속에서 박정희 대통령이 측근들과
골프 치는 장면이 이곳에서 촬영됐거든요.

 

img5.gif

 

  영화
속 등장인물들이 이런 카트를 몰고 다니면서 골프를 치는데 우리나라에 저런
곳도 있구나, 저런 곳엔 어떤 놈들이 들어가 골프 치지 하고 생각했던 기억이
납니다.

 

  북한
제일의 골프장이긴 하지만 아직 잔디에 물을 뿌리는 장치도 없고 잔디에서 먼지가
풀썩풀썩 일고 있다고 합니다.

 

img6.gif

 

  맨
처음 건설됐을 때 김정일이 이곳을 주로 찾아 골프를 쳤다고 하네요.

  하지만
지금은 아닙니다. 이제는 전국에 널린 자기 초대소들에 이처럼 길지는 않지만
하다 못해 골프연습장이라도 만들고 거기서 심심풀이로 친다고 들었습니다.

 

  태성골프장은
이제는 일반에 공개됐고 2005년에는 평양골프대회도 이곳에서 열렸습니다. 남측 민간인을
상대로 평양 골프관광이 추진되기도 했는데 그때를 대비해 개방한 곳이 이곳
태성골프장입니다.

 

  평양골프대회에
참가했던 남측의 한 언론사 기자의 방명록 중에는 이런 내용도 있습니다.

 

  “태성골프장
클럽하우스의 락커는 철제 캐비닛이고 보스턴백을 똑바로 넣을 수 없을 만큼 좁았다.
목욕탕에는 탕이 없고 그저 샤워만 할 수 있는 시설이 갖춰져 있다. 단지 남자 락커
안에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여성 안내원이 곱게 접은 수건을 나눠주는 모습이 팬티
한 장 만을 달랑 걸친 우리에게는 무척이나 생소했고 순간 몸을 움추리게 만들었다.”

 

  태성
골프장 말고도 평양시 룡성에도 골프장이 있으며 금강산에도 남쪽 사람들이 가서
치게끔 만든 골프장이 있습니다. 깔대기 그린이 있다는 그 골프장이죠.

 

  그리고
평양시내에도 골프장이 있는데요, 이것이 양각도 호텔에서 내려다 본 양각도 골프장입니다.
골프장 윗쪽 건물이 양각도 국제영화관이고 더 먼 쪽에 보이는 건물이 양각도
경기장입니다. 1992년 4월 15일 김정일에게 원수와 국방위원장 감투를 준 뒤 북한이
최대 규모의 군 퍼레이드를 열었는데, 그때 참가했던 비행기 한대가 저기 양각도
경기장 조명시설에 부딪쳐 추락한 일이 있습니다.

 

  img7.gif

 

  그리고
평양시 만경대구역엔 1990년에 문을 연 서산호텔 골프연습장이 있는데 여긴 돈 좀 있다는 젊은 애들, 즉
오렌지족들이 모여들고, 또 미모에 자신 있는 돈 필요한 여자들이 모이는 대표적인
사교공간입니다. 이런 곳의 분위기가 어떨 지는 더 설명하지 않아도 아실 것이라고
봅니다.

 

  북한의
골프 용어는 영어 위주인 남한과는 완전히 반대라고 합니다.

 

  저도
직접 체험한 바는 아닙니다만 북한에서 골프를 쳐본 사람들에 따르면 용어가 이런
식으로 통용된다고 합니다.

 

img8.gif

 

  “선생님,
쇠채를 들고 치십시오. 아이고, 모래방해물에 잡혔네요. 이번엔 잘 치십시오. 히야,
잘 친 공입니다. 정착지에 안착했습니다. 이번에 구멍에 집어넣으면 버디입니다.”

  

  여기서
쇠채는 아이언, 모래방해물은 벙커, 잘 친 공은 굿 샷, 정착지는 그린, 구멍은
홀을 의미한다고 합니다. 참 우습지요. 그런데 그쪽 사람들이 보면 남쪽이 고유한
우리 말을 버리고 영어를 계속 갖다 쓴다고 웃을 것 같습니다.

 

  그
외에도 우드는 나무채, 티는 공알받침, 드라이버는 가장 긴 나무채, 티잉그라운드는
출발대, 페어웨이는  잔디구역, 워터해저드는 물방해물,  OB는 경계선
밖, 파3홀은 짧은 거리홀, 파5홀은 먼 거리홀 등의 용어가 쓰인다고 합니다.

 

  앞으로
한국의 골프열풍이 얼마나 오래 지속될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앞으로 통일이
되면 땅값이 싼 북한에 골프장을 건설하지 못해 군침 흘리는 사람들이 많지 않을까요.

 

  그리고
그때 쯤이면 돈 좀 벌었다는 북한 사람들이 스스로 상류층이라는 자기 만족감을 얻기
위해 핏발이 선 눈으로 골프장으로 열심히 뛰어다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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